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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해외축구] 특별한(?) 24번 유니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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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이트에서 24번 하면 모두들 '우리 팀 레전드 박세직 선수의 번호'로 인식하실 텐데요, 이 글에서는 충남아산과는 전혀 다른 팀이지만 특별한 팀의 등번호 24번 유니폼을 다뤄보려고 합니다. 물론 소개할 유니폼은 해외축구 팀이어서 충남아산과의 경쟁관계는 전혀 아닙니다.

 

오늘 다뤄볼 유니폼은 바로 

아프리카 남동부에 위치한 '말라위'라는 나라의 북부 지역 3부 리그 

'SIMSO NRFA 프리미어리그' 에서 뛰는 

'치주물루 유나이티드 FC'의 유니폼입니다. 

 

소개를 듣고 다소, 아니 많이 뜬금없으실 줄 압니다. 해외축구 팀이라고 하면 흔히 유럽 빅리그를 떠올리실 거고(물론 저도 똑같습니다) 마이너한 리그를 찾아도 손흥민과 메시가 뛰는 미국 MLS나 호날두의 사우디 프로리그 혹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K리그1 팀과 맞붙는 중국 슈퍼리그나 일본 J리그 팀 정도가 생각나실 겁니다. 글을 여기까지 보셨으면 도대체 말라위란 나라는 무슨 나라고 지구 반대편이나 마찬가지인 그곳의 '3부' 리그 유니폼을 당신이 왜 갖고 있냐는 의문이 생기실 겁니다.

 

심지어 이 팀의 연고지인 치주물루 섬은 모잠비크라는 옆나라와 더 가까울 정도로 말라위 본토와도 먼 거리를 갖고 있습니다. 인구는 6천 명 정도, 면적은 한국의 청산도와 비슷한 이 섬은 말라위 호수라는 커다란 호수의 한복판에 위치합니다. 눕거나 앉을 공간이 나지 않아 항해 내내 선 채로 다른 승객과 몸을 부대껴야 하는 배를 타고 드나들 수 있는 곳입니다. 이런 곳에 한 나라 단위의 축구 리그에 참가하는 팀이 있다면 그 팀은 원정을 다닐 때마다 커다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겠죠. 

 

그런 치주물루 섬에 지난해 2024년 축구팀이 생겼습니다. 치주물루 유나이티드 FC라는 팀이 생기고 한 시즌을 완주했던 겁니다. 그리고 그때 '창박골'이라는 한국인 축구 오지 여행 전문 유튜버가 이 팀을 찾아가 영상을 남기면서 한국에서는 생소한 게 당연한 팀이 한국 축구팬들에게도 알려지게 됩니다. 

 

치주물루 팀 스탭들이 창박골과의 인터뷰로 밝힌 당시 팀 선수들이 겪고 있는 상황은 이랬습니다.

"축구로 수당은 전혀 나오지 않고, 선박과 차량 그리고 숙소 등 원정 경기 비용은 선수단이 물고기잡이 아르바이트를 해서 벌어야 한다. 훈련을 진행하면 그 아르바이트 때문에 나오지 못하는 선수도 있다. 훈련장 겸 경기장에는 골대가 없어 파이프로 골대 비슷한 것을 만들고 맨땅에서 경기를 치른다. 유니폼도 따로 없어서 축구협회 규정을 준수하려면 타팀에게 빌려서 경기를 해야 한다."

 

그들은 해당 인터뷰에서 그런 힘겨운 상황에서도 굳이 구단을 만들어 운영하는 이유도 이야기했습니다. 

"우리는 선수가 아니었고 교육도 잘 받지 못했지만, 축구를 사랑해서 다같이 팀을 만들었다. 이 팀에서 프로로 진출하는 선수가 나와 우리 섬이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말라위 슈퍼리그(1부 리그입니다)에 진출해서 이 나라의 강팀을 우리 섬 원정경기에 부르고, 우리 경기가 우리 섬을 포함한 말라위 전역에 TV로 중계되길 바란다."

 

사실 그깟 축구가 뭐라고 1년에 수십 번씩 낯선 사람들에게 끼어 선 채로 배를 타가며 원정을 나가고, 흙바닥에 굴러 피부가 까지고, 그러면서도 경기로는 돈 한 푼 벌지 못하고, 심지어는 그런 힘든 일들을 겪기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하겠습니까. 그리고 그 정도로 힘든 상황에서 태어난 구단이 지속성을 어떻게 담보하겠습니까. 그러나 그들에겐 뜨거운 꿈과 명확한 목표가 있었습니다. 어지간한 나라만한 크기의 호수 한가운데에 떨어져 있고 본국의 본토와는 옆 나라보다도 멀어 사람들의 관심 밖인데다 밤에는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는 섬을 축구로써 나라에 알리고 발전시키겠다는 희망이 있었습니다. 

 

이런 내용이 담긴 영상이 유튜브 '창박골'에 올라간 후 한국에선 국내축구 팬들을 중심으로 나름의 반향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보여준 열정에 감동했다는 반응이 나타났고 후원 문의도 생겼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영상을 보고 뜨겁지 못했고 쉽게 포기했던 그동안의 삶을 반성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맨땅에서 경기를 하다 어딘가를 다쳐도 스프레이파스 하나 없이 물만 뿌리고 뛰어야 하는데도 경기 한 번 이기면 춤을 추며 기뻐하는 그들이 가진 에너지를 동경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치주물루 유나이티드는 위기 끝에 변곡점을 맞습니다. 한국 돈으로 40만원을 조금 넘는 리그 참가비가 없어 2025-2026시즌을 포기하려 했던 이 팀은 창박골과 연락이 닿았고, 창박골은 "한 번 지원해주고 말면 팀이 좋아지긴커녕 더 나빠질지도 모른다"는 판단 하에 이 팀의 구단주가 되기로 결정합니다. 이분이 국내축구 팬들 사이에서는 물론 유명한 분이지만, 아직 대학생이십니다. 아무리 영세한 리그여도 구단주 역할을 맡으면 혼자 힘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수도 있고 지속적 지출에 대한 대책이 필요합니다. 창박골님이 생각하신 대책은 지난해 지지를 보내줬던 시청자와 한국 국내축구 팬들에게 이 팀에 다가갈 기회를 주는 것이었습니다.

 

'구단주인 만큼 유니폼을 제작하고 거기에 붙일 스폰서를 모집한 뒤에 한국에 판매하면 어떨까?'

 

그렇게 지난 7월 프리오더가 진행됐고, 제작 과정에서 정말 열심히 뛰신 건지 몇몇 한국 기업의 스폰서가 유니폼 곳곳에 붙은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저도 구매자가 되어 '말라위 3부 리그' 유니폼을 한국에서 구매한 사람으로 남을 수 있었습니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등번호입니다. 사실 한국 회사에서 제작하는 유니폼이다 보니 선수단 전원의 유니폼을 창박골 구단주가 재학 중이신 학교 여름방학에 말라위로 가서 직접 선수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었거든요. 때문에 프리오더 구매 시점에는 어떤 선수가 몇 번을 다는지, 심지어는 선수들의 이름이 뭔지도 알 수가 없었습니다. 번호만 1~99번 중에서 선택하는 방식으로 구매가 진행됐습니다.

 

이런 상황이 처음이라 프리오더 첫날까지도 번호 고민을 계속했고, 결국 이러다 프리오더 기간이 다 가겠다는 위기감이 들어 창박골님께 인스타그램 DM을 통해 직접 물어봤습니다. 그런데 답장을 받고 내가 충남아산과 운명이구나 싶었습니다.

 

"팀에 의미있는 번호로는 24번을 추천드립니다. 창단년도가 2024년이기도 하고, 말라위 치주물루 현지로 전달할 선수 지급 유니폼을 1~25번까지 제작하기 때문에 어떤 선수인진 지금 알 수 없지만 누군가가 달고 뛸 번호기도 합니다."

 

구단주가 구단에 의미를 가진다며 추천해주신 번호는 치주물루 선수단에게 지급되는 유니폼을 기준으로 1/25의 확률, 프리오더 구매에서 지원했던 번호가 1번부터 99번까지니 그걸 기준으로 하면 1/99의 확률을 뚫고 우리 팀 레전드 박세직 선수의 번호였습니다. 너무 신기하잖아요. 반갑잖아요. 축구에서 주요 번호가 아니고(농구에서는 24번이 코비 브라이언트의 영향으로 꽤 선호하는 번호로 알고 있습니다) 25번까지 제작한 치주물루 선수단에선 마지막에서 두 번째 번호다 보니, 심지어 나중에 보니 25번이 골키퍼 번호로 들어가서 필드 플레이어 중에선 아예 마지막 번호다 보니 주전 선수가 이 번호를 달 가능성은 그렇게 높지 않았음에도 단칼에 구매했습니다. 

 

그 유니폼이 제작과 배송 기간을 거쳐 이번 주중에 집으로 배송됐습니다. 진작 갖고 있던 박세직 선수의 24번 유니폼 두 벌(2020시즌, 2025시즌) 바로 옆에 걸어뒀습니다. 제 인생의 번호 삼고 나중에 조기축구회나 사회인야구, 직장인농구, 배구동호회 같은 곳에 나가게 돼도 24번을 달려고 할 것 같아요.

 

그리고 또 신기한 게 이 번호를 '팩슨 텡가' 라는 선수가 달게 됐는데, 이 선수도 중앙 미드필더라고 하더라고요. 이 유니폼을 제작한 '디에포'라는 업체는 몇 년 전까지 충남아산 MD상품을 판매했던 코어커뮤니케이션의 브랜드기도 합니다. 여러 가지로 신기하고 충남아산과의 인연도 있는 '파랑색 24번 유니폼'을 소개해 봤습니다. 치주물루 유나이티드의 열정과 희망을 기운 삼아 팬들은 힘든 요새의 기분을 떨쳐내고 선수들은 오늘 경기 잘했음 하는 바람으로 공유해봅니다. 

 

글을 올리고 보니 심지어 이 글의 링크 번호도 1'24' 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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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2

정마호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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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폰트 우리가 쓰면 이쁠거같은데

아산무궁화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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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번호 폰트 말씀하시는 거면 아쉽게도 K리그 폰트가 전구단 통일되는 바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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